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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난 후
새벽기도를 통해 힘을 얻고 겨우겨우 1년을 버티면서
또다시 나태해지고 게을러지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사람의 마음이 이토록 얇다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혐오와 자책을 부추기기도 하지요
건설불황과 경기침체 같은 외부적인 요인만을 탓하면서
마치 험한 바다에서 표류하는 배의 가벼움처럼
자신의 신세를 한탄만 하는 것은
불평과 증오의 구실을 마련하는데 편리합니다
그래서 계속 체념하면서 굴을 파고들어 가게 되거든요
정박하지 못한 난파선 같은 처지의 제 자신을 보면서
나는 어디에 있는지
얼마만큼 왔는지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부유하는 배는 자신의 위치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수요일 얼핏 흘려들은 새벽예배의 언어 중에
[뿌리를 내린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구절이 하루 종일 맴돌았습니다.
생각건대 그러한 되새김은
말씀의 토양 속에 반듯하게 뿌리내리지 못한 저의 처지가
영양분을 찾고 있다는 결핍의 반증이 아니었을까요
아마도 그것은
어딘가에 속해있지 말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무언가를 소유하지 말고 쉽게 소비하며
어느 때에 집중하지 말고 아무 때나 행동하며
누군가와도 가까워지지도 말고 거리를 두려 하는
이 시대 세속적 질서의 압박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하는 사회
무게를 갖지 못하게 하는 시대
우리는 그 바다 위에서 항상 떠다니죠
우연이었는지 필연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 저는, 10여 년간 키우고 있는 다육이에 눈이 갔습니다.
그 녀석은 선인장의 일종으로 줄기 내부에 수분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물이 모자라도 몇 개월은 스스로 버틸 수 있고,
해를 좋아해서 폭염에도 아주 잘 자라는 녀석입니다.
큰 뜻을 품고 새로운 도시에 정착하던 10년 전
저는 갈라진 나무젓가락처럼
앙상하게 줄기만 내민 이 녀석에게 연민이 생겼습니다
꼭 나의 유년시절을 보는 것 같아서
꼭 집으로 데려오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이제 가정을 만든 나와 같이 성장하기를 원했고
그 과정에서 아름답게 번성하기를 바랐을 겁니다
돌이켜보니,
이 녀석을 키우는 도중에 몇 번의 분갈이를 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럴 때마다 이 녀석은 자신의 몸집을 키워갔습니다.
이 녀석은 정확히 화분의 크기만큼 성장하는 녀석입니다.
두 배정도 큰 화분으로 바꿔주면 그만큼 곧바로 성장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조용히 숨만 쉬고 그 크기를 유지합니다.
그리고 또 화분을 교체해 주면 보란 듯 갑자기 자라납니다.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화분의 크기와 식물성장의 공식을 모두 잘 알고 계실 테지요
그런데,
이 녀석이 조금 독특한 것은
줄기와 잎의 크기에 비해서 뿌리가 한없이 얇다는 것입니다.
아주 얇은 뿌리 타래들로 영양분을 공급받으면서 사는 녀석입니다
하지만, 그 뿌리는 매우 길고 깁니다
이 녀석의 뿌리는 화분 내부의 벽을 타면서 뱅글뱅글 돌아갑니다
토양 속 작은 틈들을 통해서 아주 얇은 뿌리들이 수 없이 많은 실타래처럼
공간을 헤집고 자리를 잡아서 성장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 녀석 분갈이를 해줄 때에는 흙 전체를 같이 들어내야 합니다
도중에 뿌리를 흙에서 분리해 낼 수가 없지요
거대하게 자란 줄기와 잎사귀의 무게를
그 얇은 뿌리들이 땅 속에 촘촘하게 자리를 잡음으로 해서
완벽하게 지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성령께서 저에게 손길을 내미신 것이라면
저는 이 식물의 생존을 생각하면서
인간이 어떠한 토양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지
어떠한 자세로 영양분을 공급받으면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가늘고 약한 뿌리로 단단하게 버티면서 성장할 수 있는지
가르침을 받았던 것이 아닐는지요.
나는 어떠한 토양 위에 서 있는가
또한 그 토양 속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가
그렇다면 영양분을 흡수하고 있는가
곰곰이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하루였습니다
[에베소서 3:16-19]
그 영광의 풍성을 따라 그의 성령으로 말미암아 너희 속 사람을 능력으로 강건하게 하옵시며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께서 너희 마음에 계시게 하옵시고 너희가 사랑 가운데서 뿌리가 박히고 터가 굳어져서
능히 모든 성도와 함께 지식에 넘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아
그 넓이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하나님의 모든 충만하신 것으로 너희에게 충만하게 하시기를 구하노라
참고로,
이 다육이의 우리나라 이름은 [천국의 계단]입니다
해외에서는 그 외 다른 여러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다육이의 이름이 ‘천국의 계단’이군요.
연약한 식물도 뿌리 내리고 터가 굳어지면 이렇게 자랄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네요. 감동입니다. ^^
올바른 말씀을 전하는 목자의 수고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